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산불예방은 시작됩니다


                                울진국유림  김평기 소장


지난해 3월, 울진·삼척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먹먹해진다.


누군가의 부주의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9박 10일이라는 역대 최장시간 동안 16,302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을 태우고, 여기저기 가옥들에도 피해를 주면서  주민들의 소중한 삶터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울진군 전체 산림면적의 17%가 피해를 입었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포함한 국유림 피해 면적도 4,309ha로 전체 산림피해액만 1,318억 원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전국의 산불헬기와 산불특수진화대, 공중진화대 그리고 소방대원들이 밤낮없이 함께 고군분투하며 산불진화에 애쓴 덕분에 국가 중요시설과 문화재, 금강송 숲 등을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도 이때의 고마움이 생생하다. 


이러한 기억과 상처를 잊지 않고, 어려서부터 산림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기 위해 울진국유림관리소에는 숲을 지키는 고사리손 산불진화대가 있다. 


지난해 대형산불을 겪고 올해부터 관리소 청사 내 위치한 유아숲체험원과 도시숲에서 5~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산불진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아이들이 실제처럼 특수 제작한 산불진화복을 입고 삼삼오오 물총으로 불을 끄는 체험을 하고, 고성능 산불진화차를 포함한 산불진화 기계·장비를 직접 만져보면서 관람을 한다.


한편, 유아숲지도사는 숲이 얼마나 중요하고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지 고사리손 산불진화대에게 알려주면서 산불조심의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익히 산불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지 산불진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고사리손 산불진화대는  유아숲지도사의 “산불조심” 구령에 맞춰 체험장으로 이동하고, 재잘재잘 뛰어다니며 귀여운 모습을 하다가도 고사리와 같은 작은 손으로 불 끄는 시늉을 할 때는 진지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어린아이들도 산불을 대하는 모습이 진지하고 온 정성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 줄어들지 않을까? 잿더미로 변해버린 숲을 바라보면 고사리손 진화대를 포함해 울진 지역민에게 하루빨리 푸른 산을 되돌려 줘야지 하는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


울진군과 울진국유림관리소는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송이산 피해를 입은 산주·주민의 단기 산림소득을 보전하고자 산불피해지 복구·복원을 위해 학계·기술사·NGO·주민 등 다양한 분야의 자문과 의견을 들어 5년(’23~’27년) 동안 약 2,100억 원을 투입하여 자연복원과 인공복구를 병행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산불피해 이전의 모습으로 산림의 구조와 기능을 회복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한 사람의 부주의로 수천억의 불필요한 국민 혈세가 낭비된 것도 문제지만, 사회·경제·문화적으로 국민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만큼 그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숲이라는 공공재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 더 아픈 부분일 것이다.     


겨우내 차디차게 얼어붙은 메마른 가지에 새순이 소생하는 봄, 화사한 봄소식과 더불어 전국 곳곳에 산불 소식도 같이 찾아온다. 

 

올해 봄철 산불발생 건수는 4월 30일 기준으로 482건으로 최근 10년(’13~’22년) 평균 361건보다 133% 증가하였고, 100ha 이상의 대형산불도 10건이나 발생하였다.


봄철 고온 현상과 낮은 강수량으로 건조 일수가 증가하고, 강한 계절풍과 산불에 취약한 산림구조로 인해 산불은 연중화되고 있고, 피해 규모도 대형화되는 추세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평균 산불피해 면적은 3,290ha이며, 산불발생의 원인 중 입산자 실화와 논·밭 소각 산불(쓰레기소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63%에 달한다. 


즉, 사람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의해 온 국민이 정성을 다해 심고 가꾸어 온 축구장 4,600개 이상의 아름답고 건강한 숲이 매년 화마에 휩쓸려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이다.

 

산불발생 원인의 63%가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한다는 것은 산불을 진지하게 대하는 고사리손 산불진화대와 같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의 실수임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가 산불은 잘 끄는 것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산불을 예방하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불안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이 편하고자 “귀찮아, 나는 괜찮아”라는 무의적인 사고와 행동 때문에 산불이 발생한다.


산불 위험이 높은 시기에 입산통제구역은 산행을 삼가야 하고, 입산 시에는 라이터나 버너와 같은 인화성 물질 소지와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며, 산림 인접지에서 영농부산물 등을 소각하지 말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63%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름다운 숲을 고사리손 산불진화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주기 위해 국민 모두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산불예방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울진국유림관리소장 김평기 


최선학 기자 kbnews7005@hanmail.net


배너